이번에 써본 100 역시 지금까지 써온 100과는 다른 느껴보지 못한 필감.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만년필 펜촉 마감 품질이 좋지 못하여 이렇게 개체편차가 심한걸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확실히 100, 100N 시절의 펜촉은 이리듐 발린 모습, 폴리싱 마감, 인그레이빙, 커팅 불량 등 편차가 너무 심하다. 이로인해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덕분에 지갑은 얇아져 가는게 단점이다.
30년대 중반 피드 특징으로 컷어웨이 피드, 호박색 잉크창, 하드러버 재질 사용 등이 있다. 지난번 리뷰했던 100과는 달리 그립부가 완만하지 않고 나팔 형태로 가공되어 있는데 이는 후기형 특징이다. 100과 100N은 부품 호환이 되질 않는다. 펜촉 사이즈부터 다르며 배럴, 캡의 크기도 달라 호환하여 사용 할 수 있는 부품이 없다. 동일한 100 하드러버 버전과 셀룰로이드 버전 역시 가공이 필요하며 100N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살펴볼 부분은 유지관리적 측면이다. 일단 현행 빈티지 상관 없이 피스톤 필러는 오래 사용하다보면 피스톤 씰 뒤로 잉크가 넘어가는데 이 부분을 주의해줘야 한다. 잉크가 계속해서 넘어간 채 방치되다보면 잉크가 스레드 나사산으로까지 침투하여 고착되는데 주기적인 오버홀을 해준다면 상관없지만 오랜기간에 걸쳐 굳어버리면 접착제처럼 달라붙게 된다. 대부분 만년필 수리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손 문제가 이 부분인데 심할 경우 사전 조치를 취하더라도 분해 중에 배럴이 파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100 시리즈의 경우 아우터 배럴과 이너 배럴 두가지에 그 중간에 금속 배럴이 들어가는 3중 구조라서 이너배럴이 깨져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노브쪽 잉크 누수가 발생하게 되면 씰 뒤로 넘어가거나 배럴이 깨졌을 가능성, 이 두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물론 잉크가 씰 뒤로 넘어가 고착되는 과정은 정말 오랜시간이 필요하니 지금 한두방울 넘어간다고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만년필을 평생 쓴다는 가정 하에 관리하는 노하우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펠리칸 시리즈의 경우 닙 유닛 분해가 너무 간단해서 다들 한번쯤 돌려서 열어보고 싶어질텐데 왠만하면 피드는 건드리지 않는게 좋다. lammelar(comb)가 굉장히 얇고 약하기 때문에 잘못 돌리다가는 날이 부러져버릴 수 있다. 이는 굉장히 흔한 일이며 에보나이트 피드 중에서도 펠리칸 100 시리즈, 400 시리즈의 피드가 상당히 약한 편이다. 당연히 강한 힘으로 손으로 쥐고 돌리는 경우 부러지는 것이지 약한 충격, 정상적인 사용 상태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사용하면 된다. 물론 날 하나가 부러진다고 잉크가 아예 안나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온전하게 오래오래 사용하려면 불필요한 분해는 삼가하는게 좋다.
하드러버 재질의 경우 항상 강조하는 것이 건식 세척인데 캡이나 노브 등에 되도록 물이 닿지 않도록 하는게 좋다. 물이 닿거나 열이 가해지는 경우, 혹은 직사광선, 습기에 의해 하드러버 변색이 발생하므로 습기제거제를 준비하고 세척 시에는 마른 헝겊으로 닦아내는게 좋다. 하드러버의 갈색, 황토색으로 변색된게 좋다 싶으면 물에 풍덩 담근 이후 드라이기로 말려주면 완벽하게 변색이 발생한다.
코르크 씰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컨버터와 같은 개념으로 봐야지 코르크 하나로 평생을 쓰는 것은 펜에 문제를 야기 할 수 있다. 코르크를 직접 깎아서 장착해주는 재미도 스스로 느껴보는게 좋다. 씰 앞쪽의 검정색 부품을 돌려주면 볼트형태로 분해가 되는데 장착되어 있던 씰을 꺼내어 치수를 측정하고 똑같은 모양으로 자르고 사포로 다듬어주면 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빈티지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절정의 감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씰 뒤로 미세하게 넘어가는 잉크를 관리하기 피곤하다면 스레드의 나사산 앞쪽으로 잉크가 스며들지 못하게 방수 처리를 해주는 방법도 좋다. 셸락을 쓰는 사람도 있고 방수 실리콘을 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므로 취향에 맞게 작업해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방수 실리콘 쓰는 것을 권장한다. 더 나아가면 코르크 씰에 파라핀 코팅을 해주면 잉크가 넘어가는 것이 거의 제로 수준이다. 코르크 씰에 파라핀 코팅을 하고 사용한다면 코르크 규격을 너무 타이트하게 가져가면 안된다. 코팅이 덮히기에 코르크만 장착하고 피스톤 작동을 했을 때 어느정도 부드러워야 하며 코팅이 덮힌 이후 타이트하게 맞춰진다. 이때의 부드러운 정도는 일반적인 피스톤에 비교한다면 상당히 뻑뻑하게 느껴지는게 맞다.
100 시리즈라면 어느정도 필감을 예상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나보다.
펠리칸의 역사 (0) | 2020.10.26 |
---|---|
펠리칸 100 블랙 4마리 로고 리뷰 (feat.빈티지에 대한 이해) (0) | 2020.10.19 |
같은 펜 다른 느낌 (feat.펠리칸 100N) (0) | 2020.09.29 |
펠리칸 100 1세대 빈티지 만년필 리뷰, 극초기형 (0) | 2020.09.28 |
펠리칸 100N 셀룰로이드 vs 하드러버 재질 비교 리뷰 (0) | 2020.09.2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