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료가 남아있는 유색의 4마리 최초 펠리칸 로고를 감상해본다.
펠리칸 만년필 중 최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펜은 그저 4마리 로고가 새겨진 펜을 고르면 된다. 펠리칸이 만년필을 처음 출시하였을 때 새긴 로고이며 상당히 복잡하고 투박하면서 올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세시대 휘장같은 디자인인데 실물로 보면 앤틱한 느낌이 엄청나다. 4마리 로고는 1930년대 중반, 37년도 기점으로 두마리 새끼 로고로 바뀐다. 따라서 해당 4마리 로고가 들어가는 펠리칸 모델은 100 시리즈 중 초기형과 100N 사전 생산품인 매그넘에서만 볼 수 있다.
초록색 도료가 남아있는 4마리 로고는 정말 얼마만에 보는지, 굉장히 반가웠다. 하드러버 재질에 오래된 모델이다보니 대부분 도료가 벗겨진 개체들이 많다. 캡탑에는 Pelikan PATENT 인그레이빙이 새겨지며 캡탑은 일반 스크류 방식으로 돌려 열 수가 있다. 클립의 위치 조정이 용이하며 내부 세척도 편리하다. 클립은 당시 트렌드 스타일인 곡선을 그리는 타입이며 장력은 짱짱하다. 캡 밴드는 두줄이 둘러지고 캡 재질은 하드러버다.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이 남아 부드러운 갈색빛을 띄고 초록색 도료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90년간 상당히 보관이 잘 되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펜촉은 14c 금촉이며 상당히 플렉시블하다. 초기형의 경우 펜촉의 닙 사이즈가 닙 하단에 새겨지고 그 다음은 피드 옆면, 다음은 노브로 옮겨간다. 해당 개체는 펜촉에 닙 사이즈가 새겨지고 피드는 3 줄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되었다. 펜촉이 100N 보다 작고 벤딩 정도가 약해 보다 플렉시블한 필감을 크게 느낄 수 있으며 풍부한 잉크 흐름과 조화롭다. 중기형과 구분되는 특징은 그립부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진을 보면 그립부 형태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초기형은 139 처럼 일정한 곡률의 그립을 보이는 반면 중기형 이후부터는 나팔 형태를 취한다. 개인적으로는 139 그립 스타일의 100이 더 편안한 그립감이다.
대부분의 갈색 잉크창 개체들은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질 않는데 간혹 유독 엄청 관리가 잘되어 온 개체는 이처럼 내부가 투명하게 보여진다. 다만 이런 개체는 거의 찾기 힘드니 욕심을 버리는게 좋다. 배럴은 그린 마블 디자인이며 모든 펜마다 다른 디자인이라 개성 요소가 가미된다. 분해 및 교체가 가능한 부분이라 희귀 컬러 모델의 경우 조합인지 체크가 필요하다.
노브에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라는 화살표 마킹이 있으며 역시 하드러버 재질로 제작되었다. 스레드 부분을 잡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간단하게 필러 분해가 이루어지며 피스톤 씰은 코르크 재질로 만들어져있다. 아쉽게도 오리지날 코르크는 삭아버려 새롭게 교체해주었고 파라핀 코팅 및 씰링까지 작업해주었다. 코르크 재질 특성상 짧게는 몇년만 지나도 부스러져버려 교체가 필수적이다. 파라핀 코팅만 제대로 해주면 10년 이상은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 코르크 씰 오일링은 그리스 도포가 아닌 파라핀 코팅임을 명심하자.
이정도 펠리칸 100이라면 몽블랑 149 이상의 가치를 볼 수 있다. 자그마한 펜 한자루에 전쟁 이전의 펠리칸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일단 뭐가 됐든 전쟁 이전의 펜들은 그 험난한 2차 대전 동안 잘 견디고 버텨내주었고 양산품이 아닌 최고를 만들던 당시의 정서가 투영되기에 최고의 펜들이 아닐까 싶다. 미니 사이즈를 제외한 일반 라인업 중 가장 작은 만년필이지만 오버사이즈인 149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펠리칸 100.
이런 펜을 보고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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