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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 듀오폴드 센테니얼 1987년식 mk1 빈티지 만년필 리뷰

Fountain pen/PARKER

by 슈퍼스토어 2020. 9. 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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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 듀오폴드 시리즈는 다들 현행으로 알고 있지만 1921년도 처음 등장했다. 파카 51 보다 앞서서 파카라는 브랜드를 네임드 브랜드로 이끌었고 럭키커브, 하드러버 붉은색 염색 기술을 적용하여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운 만년필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고가의 펜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펜이었다.

시간이 흘러 듀오폴드는 1960년대에 단종되었고 파카51이라는 만년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볼펜의 등장으로 만년필의 입지는 좁아졌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시금 만년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늘날 레트로 열풍과도 비슷했던 당시의 흐름으로 인해 네임드 브랜드들은 빈티지 복각 시리즈를 출시한다.

대표적으로 워터맨의 맨100(퍼트리션 복각), 펠리칸의 m400, m800(400 시리즈 복각), 파카의 듀오폴드 시리즈가 있다. 몽블랑의 경우엔 92년도 139를 복각한 헤밍웨이가 있지만 일반 모델인 마이스터스튁 149는 대량생산 및 원가절감을 위한 파츠 교체 및 가공 변화만이 확인 될 뿐이다.

위의 맨100, m800, 듀오폴드 3가지 중 가장 센세이셔널 했던 모델은 아무래도 m800이었고 엄청난 판매량 및 오랜 기간 인기를 누린 모델은 듀오폴드다. 맨100의 경우 나머지 두자루에 비해 인기가 낮았던 이유는 직접 써보면 알 수 있다. 1983년식 최초 생산분을 소장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용된 재질 자체가 황동이라 상당히 무거웠다. 중량 자체가 30g이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49와 비슷한 무게였다. 배럴 자체가 두껍고 부피감이 있는 펜의 무게감과 얄쌍한 디자인에 금속 재질로 인한 무게감에 따른 피로도는 확연히 구분된다. 매니아층 사이에선 퍼트리션 복각으로 인기가 많지만 당시 복각 시리즈 중 가장 실패한 모델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대표 만년필로도 알려진 파카 듀오폴드. 영국 드라마 셜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국민 만년필인 녀석을 하나씩 알아가보자.

첫인상은 한우 꽃등심을 연상케하는 레드 마블이 인상적이다. 캡과 배럴 전면에 사용됐으며 내부에서도 패턴 확인이 가능하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는데 단순한 마블 디자인이 아니라 가까이서 보면 반짝이는 펄이 존재한다. 몽블랑 헤밍웨이 역시 검정색 파츠가 단순 블랙이 아닌 미세한 블링 펄이 존재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케이스는 오리지날 케이스는 아니고 당시 선물용 가죽 케이스로 보여진다.

금장 트림은 클립, 캡밴드 2줄, 하단쪽 2줄, 그립부 2줄, 그립 스레드쪽 1줄로 총 8 곳에 들어가며 23k 전기도금 방식이다. 펠리칸 m800에서 자주 보이는 그립부 금장 도금 벗겨짐 현상은 듀오폴드에선 잘 확인되지 않는다. 육안상으로는 듀오폴드쪽의 도금 면적이 더 넓고 두꺼워 보이지만 정확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는다.

듀오폴드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화살닙 디자인이다. 펜촉 디자인 중에서 상당히 아름답고 유니크한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새겨 넣은 형태가 아닐까 싶다. 화살닙은 빈티지 시절부터 사용됐었으며 버큐매틱 시절에 로듐 도금으로 투톤 디자인을 구현했었기도 하다. 다만 도금 기술이 좋지 못해 오늘날 투톤이 남아있는 개체를 찾기는 상당히 어렵다.

펜촉의 경우 출시 당시부터 14k, 18k 버전 두가지 존재했으며 인그레이빙 스타일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극초창기의 경우 18k 750 각인이 펜촉의 뿌리 부분에 새겨지는 것이 아닌 양 옆에 새겨진다. 좌측에 18k 우측에 750, 하단에 PARKER 인그레이빙이다. 이후 18k와 750 인그레이빙은 하단의 PARKER 밑으로 옮겨진다. 이러한 초창기 형태의 펜촉은 굉장히 짧은 기간만 생산되어 굳이 이런 형태의 각인이 아니더라도 first year는 맞다고 보면 된다.

피드엔 펜촉의 사이즈가 새겨지는데 이 역시 초창기의 경우 EF, F, M 등의 표기가 아닌 숫자로 표기된다. 82의 경우 F닙으로 숫자 +-1에 따라 한단계씩의 차이로 보면 된다. 라운드 닙과 오블리크 닙은 표기 앞자리가 8로 동일하며 이외 리버스 오블리크, 오블리크 이탤릭 등은 9x, 7x로 표기된다. 이후 89년식, 90년식 등에서는 EF, F, M 표기로 바뀐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1987년식 2분기 최초 생산되었으며 87년식 초기형 펜촉의 필감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파카에서 느껴보기 힘든 세미 플렉시블한 필감을 선사해준다. 특히나 듀오폴드 시리즈는 단단한 경성닙이 특징적이었는데 해당 펜은 손맛 좋은 탄성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티핑 자체는 날카롭게 가공된 것도 아닌데 방안에 사각임이 울려 퍼진다. 살짝 뭉툭해진 연필 필감이 느껴지는데 상당히 매력적이다.

현행 듀오폴드, 중기형 듀오폴드는 많이 써봤지만 그때마다 금방 흥미를 잃고선 1920년대 듀폴이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허나 87년식 정도의 필감이라면 추천할만 하다. 피드는 플라스틱 피드로 아쉽지만 필감이 m800 first year때 처럼 다른 아쉬운 점들을 상쇄시켜준다. 거기다가 꽃등심 마블링 디자인도 미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하는게 환상적이다.

캡의 PARKER 인그레이빙 밑으로 MADE IN UK, 그 밑으로 PC 각인이 보인다. 해당 마크와 위에서 확인했던 펜촉 디자인의 듀오폴드를 찾아라. 80년대 이후 모델 중 m800 14c 버금가는 만년필이다.

또 이 펜의 킬링 포인트는 나사산이다. 만년필을 쥘 때 꽤 길게 잡고 쓰는 편이라 손가락이 나사산에 위치하는데 듀오폴드는 나사산 형태가 플랫하다. 다른 펜들은 나사산이 일반적인 나사산처럼 뾰족해서 오래 쓰다보면 손에 자국이 남기도 하는데 이 녀석은 나사산이 납작해서 편안한 그립감을 만들어준다. 애초에 검정 그립부를 쥐고 쓰는 사람이라면 메리트가 없겠지만 길게 쥐고 쓰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 이것도 편안한 필기감에 일조한다. 거기다가 가벼운 무게감 역시 사각거리는 필감 전달력을 높여준다.

80년대 이후 만년필로 이만큼 감동하는건 오랜만이다. 단단하고 특징없고 흐름 박한 듀오폴드의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제대로 깨준 경험이었다. 80년대 이후 펜 중에선 거의 원탑으로 봐도 좋다. 현행 듀오폴드에선 절대 느껴볼 수 없는 필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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