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만년필 끝판왕 몽블랑 149 1964년식 만년필입니다.
최고의 만년필을 꼽으라면 만년필 매니아는 단언컨대 몽블랑 149를 꼽을 것이다. 그런 몽블랑 149는 1952년도에 처음 출시하여 이름 그대로 2019년 현재까지 생산, 판매되고 있다. 현존하는 만년필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있는 펜은 몽블랑 149이다. 파카 듀오폴드의 경우엔 1921년도에 처음 출시되었으나 파카라는 브랜드 자체가 오늘날 여러 회사에 인수 당하고 심지어 워터맨과 공장을 공유하여 하나의 공장에서 두가지 브랜드 제품이 생산되는 상황이다.
만년필이라는 물건은 신기하게도 시대를 거꾸로 올라 갈수록 그 매력이 더해진다. 내가 처음 써본 만년필은 워터맨 필레아다. 현재는 단종되었는데 당시 5만원이 안넘는 가격이었다. 그정도 가격대에서 투톤닙과 마블 디자인은 워터맨 필레아가 유일했다. 필감 또한 스틸닙치고 부드럽고 재밌었다. 첫 만년필이 좋았기에 이만큼 만년필에 빠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파카45 만년필을 구입하고 펠리칸 m150 등 저가형 위주로 접하였다. 이 세 펜은 가성비 끝판왕으로 당시 3대장 만년필이었다. 현재는 3개 모두 단종되었다. 그 명품펜들을 왜 단종 시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신제품 나오는 펜들 써보면 일반 수성펜 쓰는 것과 다를게 없다.
계속해서 만년필을 쓰다보니 욕심이 생기고 당시 인기가 많던 파카 듀오폴드 한정판 라인과 몽블랑 146, 펠리칸 m800, 워터맨 에드슨 등 여러가지 펜들을 써보았다. 파카 듀오폴드의 경우 디자인에 비해 필기감이나 실용성 면에서 실망을 많이했다. 몽블랑 146은 모든게 마음에 들었지만 너무 두껍게 써졌다. 펠리칸 m800의 만족도가 제일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면에서는 몽블랑보다는 덜 매력적이었다. 워터맨 에드슨은 디자인도 좋고 필감도 좋고 세필도 좋았지만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거에 비해 만족감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다. 그리고 너무 무거웠다.
이렇게 현행 만년필에서 마음에 100% 드는 만년필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거의 다 찾았다 싶다가도 뭔가 한가지 아쉬운게 꼭 걸렸다.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빈티지의 세계다. 커뮤니티에서도 빈티지 세계는 늪과 같고 어려움이 크다는 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최고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첫 빈티지 만년필은 파카75다. 박정희 대통령 만년필로 유명한 제품이다. 스털링 실버 모델로 순은 체크 무늬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14k 금촉은 부드럽고 삼각형 그립이 인체공학적 설계라지만 딱히 그 삼각 모양대로 잡고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잡게되면 그립이 너무 얇아지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펜이 얇고 작은데 그립감이 더 얇아지게 되어 안정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삼각형의 꼭지점을 잡고 쓰면 딱 맞았다. 손이 작은편이라 캡을 뒤에 꽂고 써도 무게밸런스 좋고 장시간 필기시에도 수월했다. 이번에도 빈티지 첫 펜이 좋았다. 명작으로 손꼽히는 펜을 잘 골랐다.
이후 워터맨, 파카, 쉐퍼, 펠리칸, 몽블랑 등 당시 메이저급 만년필 브랜드의 빈티지 펜들을 직접 써보면서 내 손에 맞는 만년필을 찾아갔다. 파카 75 이후 손에 맞는 펜을 찾기 힘들었다. 75가 워낙 디자인이나 필감이나 빈티지 감성면에서도 훌륭했기에 그 유명한 파카 51을 써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후디드 닙 디자인이 별로였다. 다른 워터맨, 쉐퍼의 1920~1930년대 만년필들은 피드 안정성이 떨어져 잉크가 새고 버큐매틱 필러는 고장이 너무 자주 났다. 빈티지도 좋지만 지나친 빈티지는 불편함이 컸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였다. 빈티지 감성은 좋았으나 너무 거슬러 올라가면 불편함이 커져가는 부분.. 이 부분을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펠리칸 100 시리즈. 이 펜은 처음에 상태가 별로였던 펜들을 접해 한동안 멀리 하다가 최근 들어서 재평가 하고있다. 코르크씰 피스톤 필러는 일단 배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정상작동하는 오리지날 코르크씰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있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고 수리도 잦다. 코르크 재질 특성상 내구성이 약하고 물에 젖고 마르고를 반복하다 보면 부스러진다. 여분 부품과 수리 능력을 갖춰야한다. 100n은 이 부분을 해결해주었다. 레진 씰이 장착된 후기형 모델을 쓴다면 내구성도 만족하고 실용적으로 쓸 수 있다. 현행 펜 중에서 유일하게 실사용으로 쓰고 있는 m400, m200 사이즈와 동일하고 캡을 뒤에 꽂아도 밸런스가 좋다. 필감 또한 1940~195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사각거림과 약연성의 낭창거림이 마음에 든다. 몽블랑 149가 없었다면 끝판왕 자리는 펠리칸 100n이 차지했을 것이다. 149가 있기에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100 시리즈다.
왕좌의 자리에 앉을 펜은 단연 몽블랑 149다. 그 중에서도 1964년식이다. 몽블랑 149 1950년식과 139는 어디갔냐고 할 수 있다. 50년대와 139를 직접 써본 사람으로써 말하자면 텔레스코픽 필러는 정말 사용하기 힘들다. 피스톤 필러의 단순한 매커니즘은 고장이 안나고 오히려 가벼우며 수리도 간단했지만 텔레스코픽은 쓸데 없이 많은 부품이 들어가고 복잡한 매커니즘으로 고장도 자주나며 수리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피스톤 필러 방식이야 말로 획기적이고 최고의 충전 방식이며 1929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충전 방식이다.
몽블랑 149는 1962년도에 피스톤 필러로 교체되었는데 당시 모델은 깊은 고랑 형태의 피드(50년대 후반 피드)가 장착되었다. 과도기 형태의 모델로 이후 얕은 2줄 고랑 피드로 바뀌는데 위 사진의 제품이다. 깊은 고랑형 피드는 연성닙의 잉크흐름을 감당하던 형태라 흐름이 굉장히 풍부하다. 내가 원하는 세필 필기용은 어느정도 절제된 흐름이 적절하기에 얕은 고랑 형태의 피드가 적합하다. 64년식의 얕은 고랑 형태의 피드와 벤딩닙의 시너지는 필기용 몽블랑의 끝을 보여준다. 또한 가장 가벼운 연식으로 캡을 뽑았을 때의 저중심 밸런스는 장시간 필기시에 피로감을 줄여준다. 그리고 빈티지 만년필의 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가벼운 펜일수록 더 손맛이 크다.
펠리칸 100n과 몽블랑 149를 비교하기엔 서로 특성이 너무 다르지만 둘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둘다이다. 149는 조용한데서 멋스럽고 고독을 즐기며 쓰기에 좋고 100n은 실사용으로 항상 들고 다니면서 쓰기에 좋기 때문에 둘 다 있어야한다. 그런데 149를 끝판왕으로 선정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60년대 149의 경우엔 나날이 시세가 올라가고 있다. 한때 5~600달러였는데 요새는 1000달러가 넘어간다. 그만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60년대의 묘한 매력이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60년대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는데 내가 말하는건 64년식 모델이다. 67년식 부터는 필러 스레드 부분이 바뀌어 무거워진다. 62년식 모델은 피드가 50년대이기에 흐름이 과하다. 딱 64년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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