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M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당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한창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신형 만년필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파카 인제뉴어티 만년필이다. 인제뉴어티는 만년필 펜촉 디자인이 달려있지만 수성펜처럼 쓰는 모델이다. 굉장히 모던했고 저럴거면 만년필 쓸게 아니라 볼펜 쓰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예상대로 출시 초기에만 잠깐 팔리고 지금은 부진한 모델이 되어버렸다.
그런 신개념 만년필 등장 시점에 몽블랑에서 내놓은게 M 시리즈. 디자인도 산업디자이너인 마크뉴슨이 참여하고 캡의 스냅 방식에다가 자석까지 달아두어 차별성을 두었다. 기본적인 틀은 스타워커 기반으로 도시적인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다.
외관도 매트한 블랙이며 캡탑과 바디 끝 양쪽에 몽블랑 로고가 들어간다. 솔직히 이정도 디자인이면 만년필로 출시할게 아니라 그냥 디지털 펜, 스마트 펜으로 내놓는게 낫지 않았을까? 굳이 이런 디자인을 입혀가며 신형 모델이라고 만년필로 출시하는건 무리수가 아니었다 싶다.
스타워커와 마찬가지로 컨버터, 카트리지 겸용 방식으로 잉크잔량 체크 불가하며 잉크충전량은 펜 사이즈에 비해 적은 편이다.
유일하게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캡의 결합 방식이다. 캡과 결합되는 그립 상단부에 자석이 들어가는데 스냅방식의 내구성과 결합력에 대한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그리고 이런 캡은 사용팁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소개해본다.
캡을 닫을 땐 그냥 살짝 집어넣으면 자력으로 저절로 닫히는데 캡을 열 때 닫힌 상태에서 그냥 열면 자력 때문에 잘못하면 닙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럴 때 힘으로 여는게 아니라 트위스트 캡 방식으로 돌려서 열면 손쉽게 열린다.
아래 사진처럼 캡의 클립이 반대편으로 가도록 돌려주면 자력이 반대로 작용해 캡을 밀어낸다.
위 사진을 보면 바디와 캡 사이의 유격이 생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반대 극성의 자력이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때 살짝만 열면 손쉽게 열려 보다 닙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장점도 있지만 크리티컬한 단점도 존재하는데 캡을 바디 뒤쪽에 꽂을 수 없다는 점이다. 요즘은 사이즈가 작은 만년필이라도 캡을 꽂지 않고 쓰는게 트렌드라지만 만년필 특성상 한번 떨어트리면 치명적이기에 만년필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꽂고 쓰는게 낫다. 하지만 M 시리즈는 캡을 뒤에 꽂을 수가 없다.
닙 디자인은 스타워커와 동일한데 투톤으로 분할되어 있다. 라미 만년필 펜촉이 보이는 느낌은 잠시 뒤로하고.. 그냥 이 모델은 모던함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간 모습이다. 14K 금촉이며 필감은 스타워커와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만년필이 지금 시점에 신규 모델로 성공을 하려면 모던쪽을 고집할게 아니라 아예 빈티지한 컨셉으로 가는게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모던 컨셉으로 내고 싶다면 어차피 몽블랑에서 스마트 워치도 판매하는 마당에 스마트펜, 디지털펜 쪽이 낫지 않을까? 굳이 이런 무리수같은 모델은 이정도 했으면 그만 낼 때도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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