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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빈티지 만년필의 기준

Fountain pen/Information

by 슈퍼스토어 2020. 1. 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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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명품과 과거의 명품은 직접 써본 사람은 느낄 수 있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당시의 명품 브랜드들은 인건비, 재료비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최고를 만드는데 전념했다. 점차 세월이 흘러가며 가격 경쟁력의 한계 때문에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옮긴다거나 저렴한 재료로 바뀌는 등 본질적인 가치는 다소 떨어져 가는 추세이다. 누구나 알법한 유럽제 명품 브랜드만 해도 8~90%를 중국에서 제작하고 완성만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에서 하고도 made in 유럽제가 되는 마법이 일어나고 있다.

간혹 빈티지, 클래식 명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무조건 더 좋은 재료를 쓰고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부분에서 우월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접 써보지 않고 내뱉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 카메라만 해도 60년대를 기점으로 원가를 낮추기 위해 금속 부품보다 플라스틱 부품이 많이 들어가고 생산공장 역시 유럽에서 아시아로 많이 넘어갔다. 클래식 카메라 수리 명장인 김학원님도 수만개의 클래식 카메라를 뜯어봤지만 60년대 이후의 카메라들은 기성품에 지나지 않다고 얘기했을 정도.

만년필도 마찬가지다. 수백자루의 만년필을 수집하고 수리하면서 느꼈지만 빈티지 만년필이 아닌 현행에선 완벽하고 최고를 추구하는 장인의 혼을 느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명품 빈티지 만년필의 기준은 무엇이 되는지 내 생각을 적어본다. 나의 명품 빈티지 만년필 기준은 3가지 정도다.

첫번째. 에보나이트 피드 - 친수성 재질

간혹 '에보나이트 피드는 내구성이 약하고 세척이 불편해서 더 좋은 재질인 플라스틱 피드로 바뀐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수집가들이 존재한다. 솔직히 저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왜 만년필을 쓰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만년필이란 도구가 보다 편리하게 글을 쓰기 위해서 찍어쓰던 펜촉, 펜대를 대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은 맞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필기도구는 만년필이 주를 이루었고 볼펜의 등장으로 그 입지가 점차 줄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0년인 오늘날 만년필을 쓴다는건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을 느끼기 위함이지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 부터가 잘못된 접근이다.

내구성에 대한 언급 역시 만년필의 피드를 힘으로 뭉개거나 일부러 휘지 않는 이상 에보나이트 피드가 파손될 이유는 없다. 좋은 재질을 따지는 것도 경화 고무 피드의 다공성으로 인한 친수성은 사출된 플라스틱 피드가 따라오기 힘들다. 과연 그들의 생각대로 플라스틱 피드가 에보나이트 피드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재질이라면 유럽 만년필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에보나이트 피드를 굳이 장착해서 출시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 피드가 안좋다는 것도 아니다. 만년필과 에보나이트 피드는 빵과 우유, 만년필과 플라스틱 피드는 빵과 커피 정도로 비유하면 좋지 않을까?

유럽 펜쇼에서 봤던 모 업체는 플라스틱 피드의 친수성을 에보나이트 피드만큼 높이기 위해 표면을 거칠게 가공하는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케이스도 있을 정도다. 정리하면 에보나이트 피드는 원가 절감, 대량 생산을 위해 사라진게 정답이다.

두번째. 피스톤 필러 - 메커니즘의 완성도

1930년대 등장하여 2020년인 지금까지 쓰이는 잉크충전 방식인 피스톤필러 방식. 피스톤 필러가 최초로 채용된 펠리칸 100 시리즈는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멀쩡히 작동한다.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정말 다양한 잉크충전 방식이 쏟아져 나왔지만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방식은 피스톤 필러가 유일하다.

그만큼 내구성이 보장된 메커니즘이며 구조도 간단하여 수리도 용이하다. simple is the best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설계다. 이런 완벽한 메커니즘을 펠리칸은 1930년대 부터 사용했지만 오늘날 만년필 브랜드 정점에 위치한 몽블랑은 텔레스코픽 필러라는 결함 수준의 방식을 고수하다가 60년대 들어서 바꾸게 된다.

세번째. 연식 - 1980년대까지

만년필은 60년대 정점을 찍고 침체기를 겪다가 80년대 다시 반등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그때 등장한 모델이 지금까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펠리칸 m800이다. 그외에도 많은 인기제품들이 출시하였지만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하고 메이저급 브랜드들이 인수당하기 시작한다.

위의 기준 세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모델은 한번이라도 제대로된 펜을 써보게 된다면 그 펜에 중독될거라고 장담한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만년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3요소라고 생각한다. 빈티지 만년필을 고민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너무 연식이 많은 모델은 불편하겠지만 어느정도 다뤄봤고 빈티지 소품에 대한 이해가 있고 감성을 추구한다면 추천한다.

모델을 특정한다면 펠리칸 100N, 몽블랑 149 두개다. 위의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모델은 많지만 이 두자루 만큼 완성도 높은 펜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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