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몽블랑 만년필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커다란 변화가 발생한다. 그 변화는 몽블랑의 만년필 제작 방향성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는데 몽블랑 매니아 사이에서도 90년대를 빈티지와 현행을 나누는 기점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빈티지 초보들에게도 항상 추천하는 연식은 8~90년대 제품이다. 그만큼 쉽게 빈티지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느낄 수 있고 빈티지와 현행의 차이를 초보자도 느낄 수가 있다.
이번에 정리할 연식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연식, 90년대 초중반 연식, 2000년대 초중반 연식이다. 90년대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이후 2000년대까지 연속된 연식들이며 2000년대 후반 부터는 오늘날 현행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요즘의 몽블랑 만년필들은 과거 특색있던 필감과 펜 하나하나에 담겨있던 장인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간단하게 외관을 살펴보면 큰 차이점을 찾기는 힘들다. 1950년대부터 마이스터스튁 시리즈는 2020년인 지금까지 커다란 디자인 변화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이는 롤렉스 빈티지 시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통성 있는 모습이며 중고제품의 활발한 거래와 점점 높아지는 가치를 보여준다.
그래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리는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차이는 존재한다. 좌측부터 8~90년대 과도기, 90년대 초중반, 2000년대 초중반 연식이다. 가장 우측의 연식이 길이가 조금 긴 것을 볼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펜 사이즈가 미세하게 커졌다. 다른 라인업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살짝씩 크기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캡을 열어보면 잉크창에서도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위쪽에 있는 펜을 보면 잉크창에 스트라이프 문양이 없이 펠리칸의 잉크창과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80년대 이전 146에서 보이는 특징인데 과도기에서 배럴은 80년대의 부품을 쓰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라이프 잉크창도 잉크잔량 체크하는데 지장은 없으나 시원하게 뚫려있어 더욱 편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빈티지 몽블랑을 고를 때 펜 상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펜의 잉크창에 잉크가 착색되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방법이 있다. 이외 여러가지 체크사항이 있는데 이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겠다.
피스톤 필러 노브는 동일하다. 금장 장식의 마감이 다른걸 볼 수 있는데 세개를 깔아두고 보지 않는한 쉽게 구분하긴 불가능하다. 세 펜 모두 민트 컨디션 이상이라 변색의 가능성은 배제해도 좋다.
펜의 사이즈가 커진 부분을 캡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장 우측의 2000년대 초중반 연식의 캡 사이즈가 미세하게 크다. 클립 내부의 Pix 각인도 80~90년대 연식에선 볼 수 없고 90년대 초반부터 확인이 가능하다. 현행의 경우 Pix 각인과 우측 상단에 ⓡ 각인이 대문자로 되어있다.
이제 닙과 피드를 체크해보자. 세 연식의 가장 큰 특징은 닙과 피드인데 이를 통해서 필감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다. 가장 좌측의 펜은 피드의 재질이 에보나이트다. 에보나이트는 친수성 재질로 오늘날 몇몇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제작하는 재질이다. 플라스틱 재질처럼 사출 방식으로 제조가 불가능하여 기계로 깎아주어야 해서 대량 생산의 한계가 있다. 잉크 흐름이 상당히 풍부하고 세가지 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펜들과 비교해도 피드의 촉촉함을 오랜 시간 유지시켜 준다. 후디드 닙이 아닌데도 캡을 열어둔 상태에서 장시간 방치해도 바로 필기가 가능할 정도이며 잉크가 배럴에서 바닥날 때 까지 풍부한 잉크흐름을 보여주어 시원스러운 필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닙은 14k 투톤닙으로 원래 80년대 연식은 원톤닙이 장착된다, 하지만 해당연식은 8~90년대 과도기에 단기간 생산된 투톤닙과 에보나이트 조합으로 몽블랑 146 매니아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있는 연식이다. 펜촉의 필감은 약연성이며 굉장히 부드럽고 쫀득한 빈티지 필감을 느껴볼 수 있다.
두번째 90년대 초반으로 넘어오면서 피드가 T자형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다. 몽블랑 최초의 마이스터스튁 라인에 적용된 플라스틱 재질의 피드인데 이 역시 풍부한 잉크흐름이 특징적이다. 빈티지 피드에서 잉크를 토해내는 문제는 80년대 샤크 에보나이트 피드(스플릿 에보나이트 피드)에서 해결했지만 플라스틱 피드로 넘어오면서 100% 확실하게 해결되었다. 에보나이트 피드의 감성은 좋지만 관리가 까다로워 플라스틱 피드를 선호한다면 T자형 플라스틱 피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세번째 피드 역시 현행 피드와 구분된다. 전반적으로는 동일한 구조인데 앞쪽 부분에 동그란 홈이 없고 날들이 굉장히 얇고 피드의 뿌리부분까지 나져있다. 더욱 많은 잉크를 피드에 머금고 있기 위함이다. 표면적을 넓히기 위한 소장의 융털과 같은 원리인데 대신 그만큼 잉크건조가 큰 편이다. 단점이 있는만큼 막강한 장점도 존재한다. 이는 바로 잉크흐름이 과하지 않고 상당히 절제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노트 필기와 다이어리 필기가 많은 나에겐 해당 피드가 굉장히 유용하다. 부품도 얇아 내구성이 약하지만 이러한 모든 단점들을 커버하는 필감. 해당 연식은 특이하게도 티핑 가공방식이 다소 각진 형태를 보인다. 보통 장인의 손에 의해 가공되는 부분이라 개체차이가 큰 편이라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해당 연식을 파고들기 위해 수년간 계속해서 구입하고 써온 결과 대부분의 개체들에서 동일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번에 결론을 내본다.
"2000년대 초중반의 몽블랑 146 필감"
티핑의 가공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냐면 대개 펜촉 뱃머리 부분에서 이리듐으로 떨어지는 부분들이 동그랗게 곡선을 그리는 편인데 해당 연식은 부분부분 미세하게 각진 형태를 이룬다. 이러한 펜촉은 종이에 척 하고 달라붙는 느낌이 필기시 색다른 사각거림을 느낄 수 있다. EF닙이나 M닙 등에서는 그 느낌이 크지 않고 특히 F닙에서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8~90년대, 90년대의 부드러운 버터 필감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필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필감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마냥 부드러운 필감은 글씨체가 너무 날리는 경향이 있다. 영문 필기체를 쓸 때는 편리하지만 한글을 쓸 때는 종이와 펜촉 사이에 어느정도 저항감이 있어 잡아줄 때 안정적인 필기가 가능하다.
물론 내가 쓰는 이 글이 100%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상당히 여러자루를 직접 써보고 최대한 민트급 이상의 상태좋은 펜들을 써오며 내린 결론이며 어느정도 신뢰할 정보라고 생각한다. 닙의 경도도 확실히 2000년대 넘어오면서 아주 단단해졌고 흐름은 다시 2000년대 후반부터 풍부해지기 시작했다. 글자를 썼을 때 굵기 역시 현행의 F닙과 지금 언급한 세자루의 F닙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행의 EF닙이 빈티지 F닙 정도의 두께와 동일하다고 보면 되는데 이 때문에 빈티지 EF닙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의 몽블랑은 필기용 보다는 서명용에 굉장히 특화되어 있어 풍부한 잉크흐름과 두꺼운 글씨가 특징적이다. 필감 역시 그냥 단단하고 그냥 부드러워 과거 몽블랑 특유의 필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빈티지 만년필을 선택하는데 조언할 부분은 내가 정답을 줄 수는 없다. 직접 써보며 자신의 손에 맞는 만년필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올리는 정보들은 참고용 가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식별 특징은 수십명이 쓰던 중고펜 사다가 쓰는 신뢰도 떨어지는 리뷰가 아니기 때문에 특징들을 확인하고 구매하면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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