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만년필을 이해하기 위한 최종 단계는 티핑의 가공 형태를 보는 것이다. 같은 닙이라도 닙 사이즈, 연식에 따라 가공형태가 달라지며 만년필의 필감은 티핑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식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티핑의 가공 형태가 아닌 가공 마감까지 신경 쓰게 되기에 한도 끝도 없어진다. 티핑 연마작업은 수공정으로 이루어지고 당시 마감 품질은 일률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편차가 크다.
이번에 비교할 닙은 몽블랑 139의 L139닙과 149의 70년대 닙이다. 먼저 139 닙부터 확인해보자.
일단 티핑의 끝부터 밑으로 내려가보자. 완전 포인트 부분은 반사광 때문에 식별이 어려우나 실물에선 굉장히 날카롭게 가공되어 있다. 이는 마모된 것이 아닌 애초에 가공된 모양이 저러하다. 이는 동시대 펠리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뱃머리 형태로 위쪽으로 서서히 올라가면서 윗면이 커팅되는데 필각을 높일 경우 사각거리는 필감이 극대화 된다. 이로인해 빈티지 몽블랑의 사각거리는 필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인트 부분이 아닌 티핑 중반부를 보더라도 우리가 흔히 보던 현행의 둥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펜촉의 두께와 동일한 수준으로 얇게 발린 모습이다. 카페 회원 '겨울의 펜' 님이 리뷰한 50년대 극초기형 144 닙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144 극초기형의 모델은 134 펜촉이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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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이 얇아질수록 볼펜 필감에서 점차 만년필 필감으로 바뀌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상대적인 부분인데 볼펜과 만년필을 쓰면 만년필의 필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 현행과 빈티지를 쓰게되면 빈티지의 필감이 더 만년필스럽게 느껴진다. 현행의 티핑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두껍고 둥그런 형태의 가공을 가져가기에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버터필감을 내준다. 따라서 빈티지 티핑과 비교하게 되는 경우 현행은 볼펜 필감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크다.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 문제라 마냥 부드러운 필감을 선호한다면 현행을 쓰는게 좋다. 그렇다고 빈티지 필감이 무조건 사각거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연성감이 뒷받침 되기 때문인데 위 사진과 같은 형태의 닙이 경성이라면 필기시 불편함이 클 것이다. 특정 필각에서 종이를 긁는 현상도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연성 필감이 동반되기에 슬릿이 고정되지 않고 미세하게 필각에 따라 티핑이 자리를 잡아 종이에 달라붙는 듯이 그어진다. 그래서 빈티지 특유의 쫀득함과 사각거림이 공존하는 묘한 필감이 나오는 것이다.
L139닙과 위 사진의 70년대 149 닙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후기형의 티핑은 두껍고 139 닙에 비해 뭉툭하게 발린다. 이런 부드러운 필감을 내주는 티핑의 가공 형태는 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굳이 Kugel 닙이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필감이다. 그래도 포인트 부분으로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형태라 현행과는 다른 필감을 느낄 수 있다.
만년필이 볼펜에 밀리고 점차 필기용에서 서명용으로 자리 잡으며 부드러운 필감이 강조되는 현상으로 보여진다. 피드 확대사진이 나와서 에보나이트 피드에 대해 내용 추가하자면 위 확대사진에서 처럼 에보나이트 피드의 표면은 수많은 구멍들이 나져있다. 이 구멍은 깊숙히 이어지지는 않지만 표면에 잉크를 머금고 있기에 충분하다. 다공성으로 인한 친수성 재질이라는게 이를 설명한 것인데 간혹 '에보나이트 피드가 스펀지처럼 잉크를 흡수한다' 이 표현이 말도 안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스펀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다른 플라스틱 표면과 비교한다면 잉크를 충분히 머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스팔트와 플라스틱 표면의 비교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스펀지 수준은 아니지만 스펀지처럼 수많은 표면에 이루어진 구멍에 잉크를 머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각설하고, 티핑의 가공은 연식 구분에도 큰 도움이 되며 빈티지 만년필을 사용한다면 최종적으로 이해를 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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