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와 Italic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려면 베이스가 되는 Stub에 대한 개념을 먼저 잡고 가야한다. 스텁닙이란 영문 필기체를 위한 펜촉으로 가로획은 얇고 세로획은 두껍게 그어지는 형태를 갖고 있다. 얇고 넓직한 티핑을 갖고 있는데 만년필을 쓰다보면 한글 문화권인 이상 처음엔 세필을 선호하다가 두툼한 티핑에서 오는 필감을 느끼기 위해 태필로 향하게 된다. 이때 최종 목적지가 스텁닙 계열이다. 특히나 Oblique닙의 쫀득함은 일반 라운드 닙에서 경험하지 못할 신세계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위 펜촉이 라운드 닙에서 가장 두꺼운 BB닙의 모습이다. 가로 세로획 모두 일정하며 동그란 피니쉬가 부드러운 버터 필감을 내주게 된다. 일정한 글자의 두께와 부드러운 필감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위의 펜촉의 라운드 닙을 선택하면 된다. 저 기준으로 B, M, F, EF 등으로 굵기가 다양해지는데 현행의 몽블랑은 EF닙이 라운드 처리가 아닌 양 옆만 갈아내는 가공으로 가로세로획이 다르다.
이번 사진은 일반 라운드 형태가 아닌 다소 각진 모습이다. 티핑 자체가 양 옆으로 길게 늘어뜨려진 형태를 가지며 가로획이 얇고 세로획이 두껍다. 보통 이런식으로 각진 티핑을 갖게 되면 종이에 착 달라 붙는 듯한 필감을 선사하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00년식 몽블랑 티핑이 일반 라운드 닙에서도 다소 각진 형태를 가져 쫀득한 필감을 느낄 수가 있다.
이번 사진은 이탤릭 펜촉이다. 이전 사진의 티핑보다 더 각진 형태를 취하기에 더욱 섬세하고 날카로운 가로획을 그을 수 있다. 이탤릭의 단점은 모서리가 너무 각져서 필각에 따라 종이를 긁는 현상이 나타나기에 필감에서 이득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테두리를 가공한 Cursive Italic 닙 형태로 가공을 하여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Oblique 닙이다. 펜촉 중에서 사용하기 가장 어려운 타입이 OB닙이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OB닙만 찾게 된다는 마성의 펜촉이다. OB닙 특유의 스위트 스팟이 존재하는데 그 지점을 찾는 연습이 동반 되어야 한다. 왼쪽 경사가 내려가는 펜촉은 오른손잡이용이며 왼손잡이를 위해 반대로 깎여진 형태도 있다. 일반적인 스텁닙은 티핑이 종이에 고르게 닿게 하기 위해서는 다소 까다로운 필각이 필요한데 Oblique 형태로 이를 해결하였다. 일반적으로 15도 정도의 각도가 이상적이며 닙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경우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해외 여러 유명 닙 마이스터들이 작업을 해주고도 있다.
이 역시 영문 필기체에 특화된 펜촉이라 한글을 즐겨 쓰는 타입이라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스텁닙 특유의 쫀득한 필감 때문에 OM닙 정도의 얇은 펜촉으로 한글을 필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해외 지인들 중 일본인 컬렉터 역시 OM닙에 빠져있으며 빈티지 스텁닙은 연성감 때문에 보다 융통성 있는 필기가 가능해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나 역시 만년필을 접하던 초기엔 EF닙만을 고집했다. 원체 샤프나 볼펜 등 세필만을 사용해왔기에 파카 F닙 정도만 되어도 컴퓨터용 싸인펜 수준으로 그어져 멀리했었다. 점차 다양한 만년필을 써오면서 티핑 가공 방식으로 인한 필감의 영향력에 대해 느끼게 되고 유럽제품을 즐겨 쓰다보니 필각도 낮춰가면서 다양한 펜촉을 써보게 되었다. 그 시점에서 Oblique닙은 신세계였다. 아직은 oblique닙 입문 단계이지만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그 매력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같은 만년필이라도 펜촉의 두께에 따라서 필감이 천지차이다. 라운드 닙만 보더라도 EF닙과 M닙의 필기감 차이는 서로 다른 만년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스텁닙이 들어온다면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만년필의 궁극적 필감은 OB닙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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