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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은 펠리칸에 열광하는가?(2)편 - 펠리칸 m800 20c 더블코인

Fountain pen/Pelikan

by 슈퍼스토어 2021. 3. 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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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m800은 1987년부터 시작된다. 펠리칸이 선보인 만년필 라인업 중 최초의 대형기 모델인데 몽블랑 149의 독주체제를 막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다. 최초 선보였던 컬러는 그린, 블랙 두가지였으나 블루, 레드 등 점차적으로 다양화 되었으며 현재는 m800을 베이스로 다양한 한정판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엔 펜촉 사이즈가 다양하여 오블리크 닙까지 존재하였으나 취향을 타는 펜촉이라 2010년대 들어서면서 생산이 중단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현행의 오블리크 닙은 몽블랑 보다는 펠리칸의 필감이 한수 위로 보여진다. 빈티지로 넘어가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되는 정보가 바로 PF와 EN각인이다. 연식만 동일하다면 해당 각인이 없어도 필감에선 전혀 차이가 없다. 그저 수출용 스탬핑일 뿐 동시대 독일 내수용 모델에는 해당 각인이 새겨지지 않는다. 펜촉의 로고 각인으로 연식 구분하여 필감을 예측하면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모델은 빈티지 펠리칸 m800 모델 중에서 굉장히 희소성이 높은 20c 펜촉 모델이다. 앞서 m481 모델에서 봤듯이 펠리칸의 일본 시장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이 부분에 대한 반영이 가장 크게 이루어졌던 모델이 바로 소버렌 m800 20c 모델인데 당시 일본의 만년필 시장에선 펜촉에 금 함량을 높여 경쟁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독일제 m800에서 해당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하다. 연식은 90년대 초반의 것이며 W.-GERMANY 인그레이빙, 그리고 더블코인 특징을 갖는다. 20c 833 금닙으로 펠리칸의 금촉 중 금 함량이 가장 높은 개체이다. 프랑스 수출용을 위한 20c 닙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프랑스용 닙은 18c 닙이며 20c는 아시아권 중 일본을 위한 특수한 모델로 정리된다.(한정판 제외) 20c 모델은 일본 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판매기간이 길지 않고 한정판에도 m900 초기 모델에 일부만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14c, 18c, 20c 각각의 닙들은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미세한 차이가 체감되는데 80년대 이후 모델들이라 금 함량이 높더라도 풀 플렉시블한 필감을 내주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해외펜쇼에서 어느정도 길들여진 20c 닙을 써보았을 때는 확실히 부드러움이 일반 닙에 비해 훨씬 크게 느껴졌다. 현재 소장중인 20c 모델은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라 최초 필감은 플렉시블함이 크지는 않다. 사용함에 따라 금의 유연성이 커지며 이전 펜쇼에서 느꼈던 필감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속 피로도가 쌓인 18c 닙과는 분명 다른 연성감이다. 90년대 초반 모델이라 티핑 역시 샤프한데 F닙이지만 현행 EF 보다도 얇게 그어진다. 피드는 동일한 플라스틱 재질의 부품이 장착되며 로고는 2세대 로고가 새겨져있다. 닙의 인그레이빙 형태 등은 90년대 18c와 동일하며 금 함량 표기 부분만 20c 833으로 다르다. 닙 사이즈 마킹의 표기 위치 역시 동일하다.

위 사진은 펠리칸 m800 2010년대 이후의 티핑 모습인데 90년대의 티핑은 삼각형 모양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후기형은 동그랗고 뭉툭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닙 사이즈는 동일한 F닙이다. 같은 F닙이지만 티핑의 차이로 완벽하게 다른 필감, 다른 획 굵기를 보여준다. 만년필이라는 필기구가 더 이상 필기용이 아닌 서명용으로 바뀌었다는 예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90년대와 2010년대 20년 차이로도 티핑의 가공 스타일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점도 유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m800 20c 닙에 대한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는 컬렉터들이 많은데 그만큼 알려져있지 않고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도 많지 않다. 정리하자면 20c 833 닙은 프랑스 수출용이 아니며 아시아, 중동 국가를 타겟팅 했던 펠리칸의 일본 마케팅 모델이다. 생산, 판매된 시기는 90년대 초반에 한정되며 한정판 라인업에는 m900 톨레도 초기형에만 장착된다. m900 더블코인 PF닙이 장착된 연식도 90년대 중반 모델인데 18c 닙이 장착되는 것으로 보아 20c의 연식은 90년대 초반으로 특정지을 수 있다. 아마 일본의 펠리칸 애정은 m800 20c 모델이 도화선이 되어 더욱 크게 불타오르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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