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술력이 아무리 발전해도 과거의 materpiece를 넘어서지 못하는 분야가 존재한다. 영화와 음악. 영화를 예로들면 1년에 영화만 100편 이상 보는데도 아직까지 90년대 작품인 라이언일병 구하기 보다 더 나은 전쟁영화를 보지 못했다. 10년 더 거슬러 올라가면 80년대 작품인 플래툰이라는 월남전 배경 영화도 있다. 음악 역시 오늘날 작곡가들이 힘들어 할 정도인 비틀즈가 있다. 비틀즈 곡의 코드 진행에 멜로디를 바꿔 작곡하면 명곡이 나온다는 말이 오갈 정도. 요즘 트렌드 역시 노래 보다는 안무에 중점을 두기에 라이브를 즐기기엔 무리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945년. 몽블랑의 만년필 생산량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공장 피해가 원인이라 금방 복구 될 수 있었고 배상문제 역시 소련만 적극적이었고 1차 세계대전 때와 달리 크게 진전되지 못하였다. 독일의 전범기업들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있고 인기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는데 전후에 대한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벤츠는 자발적으로 전후에 피해자들에게 사과, 배상을 해주며 적극적으로 이미지 쇄신을 도모했다. 몽블랑 역시 Meisterstück 라인에 고집스럽게 새겨지던 독일어를 Masterpiece 영어로 바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L139 모델은 몽블랑의 최전성기 시절의 하이엔드 제품이다. 139 앞에 붙는 L은 Luxus로 영어는 Luxury를 뜻한다. 만년필에 집어 넣을 수 있는 모든 기술력을 집약한 유일무이한 모델이다. 1920년대 부터 몽블랑은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 세이프티 필러가 대세일 때 펜촉은 고정상태로 배출되어 그립핑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고 버튼필러가 등장했을 땐 블라인드 캡을 일체형으로 제작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펠리칸이 피스톤 필러를 들고 나왔을 때는 텔레스코픽 필러를 선보이며 펠리칸에 펜촉을 공급하던 브랜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번에 소개할 펜은 그 139 연식 중에서 가장 마지막 연식인 풀 셀룰로이드 버전이다. 1940년대 후반의 모델로 피드를 제외한 모든 블랙 파츠 재질이 셀룰로이드로 제작되었다. 실버링 2줄은 유지되었고 텔레스코픽 필러는 업그레이드 되었다. 잉크창은 가장 짧은 버전으로 오늘날 헤밍웨이의 모습이 투영된다. 펜촉은 14c 139 닙으로 닙 가운데 스타로고 바깥으로는 빗금이 쳐져있다. 캡탑의 스타로고는 노르스름하게 익었으며 필러 스레드엔 DRP 652405 특허 번호가 새겨진다. 노브의 L139 인그레이빙 반대편에는 닙 사이즈 마킹이 표기되며 이외 136에 새겨지는 캡 바디의 마운틴 로고는 없다. 캡 밴드에는 마이스터스튁 몽블랑이 음각되어 있다. 텔레스코픽 필러에 코르크 씰로 마무리 된다.
몽블랑 139는 필감 뿐만 아니라 잉크를 주입하는 것에서 부터 감성이 시작된다. 잉크를 주입하는 과정 또한 만년필을 쓰는 이유이며 필기 다음으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요소이다. 그런 필러에 가장 복잡한 기계식 메커니즘이 들어간 텔레스코픽 필러는 오토매틱 시계에서 느꼈던 기계 감성을 선사하는데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시리즈가 유일하다. 첫 노브를 열고(0단) 나사산이 1단 로드에 걸릴 때의 느낌, 그리고 2단 로드까지 나아가 잉크창까지 코르크 씰을 밀어내는 느낌은 오토매틱 시계 핸드와인딩을 해주는 감성 그 이상이다. 특히나 롱 윈도우 버전에선 텔레스코픽(망원) 방식으로 전개되는 피스톤 로드를 눈으로 볼 수 있어 더욱 감동적이다. 뿐만 아니라 코르크 씰이 배럴 면에서 뽀드득 거리며 움직일 때는 또다른 쾌감을 준다.
필름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하듯 코르크 씰도 직접 깎아 간단하게 교체가 가능하다. 노브를 잡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스레드가 간단히 열리는데 코르크 씰은 헤드 부분에 일자형 스크류로 결합된다. 정성만 들인다면 누구나 코르크 씰을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다. 닙 섹션도 하우징으로 나사산 결합이 이루어져 보다 세밀하고 높은 품질력을 보여준다. 특허 받은 잉크창은 은은한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오래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색이 빠진다. 특히나 배럴의 색이 빠져감에 따라 롱 윈도우가 아니어도 텔레스코픽 필러의 메커니즘 작동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냥 오래 사용해주면 또다른 멋이 자연스레 생긴다.
배럴은 투피스 배럴로 잉크창 상단부와 그립부가 나사산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결합 과정에서 셸락을 도포해주어 누수를 막아주면 된다. 닙 섹션은 180도 노치가 달린 하우징이며 피드는 플랫 에보나이트 스키 슬로프 피드가 장착된다. 라운드 피드 이전의 가장 마지막 버전인 플랫 형태의 피드다. 잉크 흐름은 풍부하고 이전 스키 슬로프가 없던 피드에서 잉크가 하단에 맺히던 부분이 개선되었다. 그외 기본적인 구조는 이전 솔리드 플랫 피드와 동일하다. pre war 연식은 클립과 밴드 등의 금장부가 실제 14k 금이 사용되는데 후기형은 도금 방식이다. 당시 수출을 할 정도로 공급량이 많지 않았기에 18k 금촉은 존재하지 않는다.
펠리칸 100 초기형에서 볼 수 있는 매끄럽게 떨어지는 그립은 내 그립에 최적화 되어있고 부드러운 탄성감과 미세하게 사각거리는 필감은 오직 139에서만 느낄 수 있다. 만년필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139와 다른 연식의 149를 써보면 139를 고를 정도다. 라운드 닙이어도 티핑 가공이 워낙 얇아 기본적으로 스텁한 필감을 가져가는데 초대형 딥펜이 어느정도 부드럽게 가공된 느낌이라고 보면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팁의 재질이 13x 시리즈와 14x 시리즈가 다르다는걸 느끼게 해주는 필감이다. M사이즈 라운드 닙은 M, KM 전부 사용해봤는데 확실히 F와 OB, OBB 사이의 기본적인, 스탠다드한 필감을 선사한다. 139의 세필과 태필 중간에서 각각의 매력을 살짝씩 느낄 수 있는 포지션. 이제 한쪽으로 한단계씩 올라가면 드라마틱한 139의 필감을 경험할 수 있다.
죽기 전에 단 한자루의 펜을 써봐야 한다면 단연 몽블랑 139다.
분야 |
평점 |
코멘트 |
상태 |
9 |
지금까지 수집한 139중 상위권 |
필감 |
10 |
오직 139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필감 |
사용성 |
10 |
자동 필기 기능 탑재 |
감성 |
10 |
빈티지 만년필 먹이사슬의 정점 |
내구성 |
10 |
고장내는 사람이 문제 |
수리용이 |
10 |
139를 위해 수리실력을 쌓아왔다 |
가격 |
10 |
미세한 차이겠지만 시계에서 이런 차이를 느끼려면 억단위로 넘어간다 |
가치 |
20 |
또 구할 수 있을지 기약없다 |
무게감 |
10 |
80년 전 최전성기 시절 몽블랑의 가치무게는 8톤 트럭과 같다 |
디자인 |
10 |
클래식함의 끝 |
총점: 109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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