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칸의 만년필 역사상 굵직한 세자루를 꼽으라면 100, 400, 800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빈티지 컬렉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며 펠리칸 만년필의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티지 역사를 보면 100부터 800까지 연결되어 있다는걸 쉽게 알 수 있다.
100과 100N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100N이 단종되기 직전엔 400의 특징들을 갖고있다. 피스톤 헤드와 4줄 에보나이트 피드. 펜촉도 53~54년도 디자인이 바뀐게 혼재한다. 100N을 계승한 400은 400N, 400NN으로 진화하다가 m400으로 완성된다. m400 역시 m800의 디딤판이 되었고 오늘날 펠리칸을 대표하는 플래그쉽 모델까지 이어진다.
이번에 비교해 볼 모델은 100과 m400, m800이다. 아래 사진에서 상세히 확인해보자.
확실히 과거엔 만년필이 서명용이라기 보다는 실제 필기하는데 주로 사용했기에 펜 사이즈가 작은 경향이 있다. 휴대성을 높인 모습이다. 몽블랑 역시 50년대 까지만 해도 스탠다드 모델은 146이 아닌 144 사이즈다. 40년대 13x 모델 중 대표 모델도 134 모델. 당시 오버사이즈 모델인 129, 139는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소량생산이 이루어졌다.
캡을 열었을 때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잉크창이다. 100에서는 초록색 투명한 잉크창이 시원하게 뚫려 있지만 400은 스트라이프 사이로 잉크 잔량이 비춰진다. 간편한건 100이지만 디자인을 생각하면 스트라이프가 고급스럽다.
바디의 디자인 역시 마블에서 거친 스트라이프, 깔끔한 스트라이프로 바뀌게 된다. 마블 디자인은 현행 m200에서도 볼 수 있다. 현행도 모든 패턴이 동일하지 않아 개성을 찾을 수 있다.
캡탑의 로고 디자인도 변화과정을 거친다. 거칠게 파여진 음각에 진한 초록색 도료가 채워진 올드 로고부터 시작하여 금색으로 깔끔하게 각인된 로고까지. 펠리칸의 최초 만년필 로고는 새끼 펠리칸 4마리가 그려져 화려하다. 위의 펜들은 모두 새끼 펠리칸이 2마리가 그려진 로고다.
캡을 닫은 상태에서는 100이 가장 작았지만 캡을 꽂았을 경우엔 100이 400 보다 크다. 그립과 배럴의 두께감은 모델명의 숫자와 함께 커진다. 무게감은 100이 가장 가벼워 필감이 손끝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다.
펜촉의 디자인도 과거엔 심플했지만 세월이 흐르며 문양이 생기고 800에선 두가지 톤으로 구성된다. 세개를 놓고 보면 알 수 있듯이 펜촉 자체의 전반적인 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어깨가 좁고 길쭉한 형태를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부터는 100의 초기형부터 800 가장 최근에 생산되고 있는 플라스틱 피드까지 정리해보았다. 펠리칸의 피드는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좌측부터 100 초기형, 100 후기형, 400, m400, m800 순서다. 좌측의 세개는 에보나이트 재질이 사용됐으며 우측 2개는 플라스틱 피드다. 각각의 피드 특징들을 살펴보자.
먼저 100 초기형의 에보나이트 피드다. 가운데 날이 뿌리쪽에서 깎여지는데 이는 파손된 것이 아니다. 에보나이트 피드 날이 파손된 개체가 많아서 전문 수집가들도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100의 초기형은 위 사진처럼 가운데 날이 깎여있다. 펠리칸 최초의 에보나이트 피드 형태이다. 이 피드가 장착된 시기엔 하드러버 재질과 코르크 씰이 사용된다.
두번째는 100 후기형의 3줄 에보나이트 피드다. 가운데 커팅 없이 쭉 뻗어 있다. 참고로 펠리칸 100 시리즈는 닙, 피드 그리고 하우징까지 3개의 파츠로 구성된다. 몽블랑의 경우 13x 시리즈부터 그 이전엔 피드 하우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럴 자체에 닙과 피드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결합된다. 펠리칸은 하우징이 존재하여 손쉽게 분해가 가능한게 특징이었다. 다만 닙 유닛 자체를 분해하는 건 쉽지만 닙과 피드를 하우징에서 분리하는 것은 전용 툴을 사용하지 않으면 피드 파손 우려가 크다.
세번째로 400의 피드다. 4줄 에보나이트 피드이며 이는 100N 후기형에서도 사용된다. 이 역시 가장 양 끝에 위치한 1번 4번 날이 파손되기 쉬우니 구매시 주의해야한다. 여기까지 에보나이트 재질로 제작된 피드인데 친수성 재질인 만큼 잉크 건조도 적고 촉촉한 흐름이 특징이다.
네번째는 m400의 플라스틱 피드다. 400NN이 단종되고 m400으로 넘어가면서 부터 플라스틱 재질이 사용된다. 해당 피드는 2020년인 지금까지도 계속 형태가 유지되고 펠리칸의 소버렌 시리즈에 전부 공통적으로 장착된다. 현존하는 플라스틱 피드 중 가장 우수한 피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m800의 플라스틱 피드다. m400의 피드와 동일한 형태인데 크기가 오버사이즈에 맞게 키워졌다. 피드 효율도 좋고 잉크 건조에도 강한 편이다. 안정성 역시 나무랄데가 없다.
이렇게 100, 400, 800 세가지 모델로 펠리칸의 빈티지 만년필 역사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디테일한 접근 없이 봤을 때는 아무런 연결점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최초 생산했던 100부터 m800까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보여진다. 펠리칸의 만년필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지만 만년필에 대한 애착은 상당히 깊어 보인다.
펠리칸의 빈티지 만년필을 써보고 싶다면 딱 세가지 라인업을 추천한다. 100, 400, 800. 이 세가지 모델이면 빈티지 펠리칸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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