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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아가사 크리스티 1993년도 작가에디션 한정판 만년필 리뷰

Fountain pen/MONTBLANC

by 슈퍼스토어 2021. 3. 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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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의 작가에디션 시리즈는 1992년도 최초 시작되는데 93년도 아가사 크리스티는 그 두번째 시리즈다. 사실 한정판은 잘 수집하지 않지만 아가사 크리스티 모델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디자인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또한 T자형 플라스틱 피드가 가장 마지막으로 장착되는 연식이기도 하여 빈티지로써의 특징도 가져간다. 플라스틱 재질의 피드 중 T자형 피드까지가 에보나이트 피드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해당 피드는 원활한 잉크흐름이 특징인데 나의 실사용 펜들 중 하나인 몽블랑 146 90년대 T shape feed, W-GERMANY 모델이 이를 대변해준다.

한정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몇자 적어본다. 몽블랑 팬으로서 한때 몽블랑 한정판을 꽤나 수집했었다. 그 중에 기억 남는 모델은 75주년 한정판 149, 헤밍웨이, 뒤마, 90주년 정도인데 75주년은 99년도 모델로 현행과 다를바 없었지만 닙 디자인 하나로 모든걸 끌고 올라가는 펜이었다. 헤밍웨이, 뒤마는 139를 복각했다고는 하지만 139를 직접 써보고 난 뒤엔 개인적으로 그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아가사 크리스티 역시 1920년대 세이프티 모델의 디자인을 복각한 것이지만 겉 껍데기만 복각했을 뿐 정말 중요한 세이프티 메커니즘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정확히 따진다면 1920년대 세이프티가 아닌 30년대 후기형 10x 시리즈의 고급형 세이프티 모델을 복각한 모습이다. 캡의 밴드가 30년대 모델에나 들어가기 때문.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어떤 작품을 썼는지 단번에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 중 영화화된 작품을 언급하면 아~ 싶을텐데 그 중 하나가 오리엔트 특급 살인 그리고 최근 후속작으로 나온 나일강의 죽음이다. 펜의 클립은 아가사 크리스티가 작중 포시오(posio) 방식으로 살인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여 뱀 클립을 장착한 것인데 1920년대 당시에도 세이프티 모델 옵션 중 뱀 형태의 클립이 존재했다. 아가사 크리스티 모델에서처럼 눈에 루비가 박히지는 않지만 완벽한 뱀의 형태였다. 몽블랑 작가 에디션 중에서도 헤밍웨이와 아가사 크리스티 두가지가 가장 수집가치가 높은데 당시 리테일가보다 중고가가 높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볼펜과 샤프, 만년필 3종 구성으로 출시하였고 만년필은 총 3만자루가 판매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발생한다. 과거 한정판 수집 당시 원하는 닙 사이즈를 구하고 싶었는데 M닙 이외엔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나마 M닙 이외 구하더라도 F닙 정도. 이는 한정수량 생산되는 모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가장 보편적이고 많이 판매되는 닙 사이즈가 M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만자루 생산이라 하더라도 그 중 대부분은 M닙이고 F닙, B닙은 적고 EF닙은 더 적다. 이번에 리뷰할 모델은 EF닙 사이즈다. 실사용 리스트 중 즐겨쓰는 가장 근래의 연식이 90년대 초반 146 EF닙이기에 아가사 크리스티 EF닙은 어떠할지 굉장히 궁금했다.

우선 외관부터 살펴보자. 캡탑엔 거대한 스타로고가 들어가며 레진재질로 제작되었다. 캡탑은 오리지날과 달리 현행 타입의 일자형 스크류로 결합된다. 클립은 뱀이 메달린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 순은재질로 제작되었으며 눈에는 붉은색 루비 두개가 들어간다. 클립 옆쪽에는 아가사 크리스티 서명이 들어간다. 캡 밴드 역시 순은재질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에디션이 음각 인그레이빙된다. 원통형 배럴에 노브링, 노브로 구성되는데 노브링도 은 재질로 보여진다. 노브엔 미끄럼 방지용 손잡이가 나져있는데 헤밍웨이에서도 들어간 특징이다. 필러 스레드는 황동재질로 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원가절감 포인트가 전혀 보이지 않지만 닙에서 코스트컷이 들어간다. 럭셔리한 한정판인데도 코스트컷은 여전하다. 그래도 146 베이스 한정판은 18k 금촉이 들어간다. 펜촉의 디자인이 일품인데 뱀의 머리 형태와 목이 이어지며 투톤 디자인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자칫 기괴하고 촌스러울 수 있는 디자인인데 인그레이빙의 볼륨감과 광택이 살렸다. 몽블랑과 18k 750, 4810 텍스트도 인그레이빙 되어있다.

T자형 플라스틱 피드와 잘록한 그립부가 마음에 드는 포인트다. 13x 시리즈의 그립부와 동일한 형태의 그립감이라 내 파지법에 가장 편안하게 들어온다. 세필인데도 끊김없이 시원스럽게 그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확인되는데 바로 필감과 세필 정도이다. 본래 몽블랑의 EF닙은 타 브랜드 F 정도이다. 특히나 펠리칸과 비교하면 정도 차이는 더 심한데 해당 개체는 펠리칸의 EF 보다도 세필인 느낌이다. 그렇다고 잉크흐름이 적은 것도 아니다. 서명시에도 끊김없이 시원하게 그어진다. 한정판 EF닙엔 힘 좀 준건지 동일 연식 146 EF닙과는 온도차이가 크다. 18k 금촉이라 연성감은 미미하게 느껴지며 사각거림이 꽤나 큰, 후기형 몽블랑에서 접하기 힘든 필감이다. 그렇다고 거칠지도 않아서 실사용, 고시용으로 쓰기 좋은 느낌인데 한정판으로 그러기엔 무리가 있어보인다.

개체편차가 존재하겠지만 펠리칸스러운 몽블랑을 만나서 꽤나 새로웠다. m800 EF닙에 무게감이 살짝 가벼워진 느낌과 비슷하다. 추가적으로 가로세로획도 동일연식 146 EF만큼 크지도 않다. 오랜만에 마주한 미스테리한 만년필이다. 독특한 디자인도 이 펜에 빠져드는데 한몫 한다. 아마 이 펜이 F닙이나 M닙이었으면 이정도 감흥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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