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파일럿 엘리트 포켓 만년필 c.1970's
1960년대 처음 등장한 포켓 시리즈는 당시 휴대성을 극대화하여 대표적인 실용기로 등극했는데 2021년인 지금까지도 생산되고 있다. 당시에 수출용으로 18k 닙 버전도 생산되었으나 지금은 14k 닙으로 단일화되었다. 일반적인 만년필의 디자인과 달리 캡의 길이를 늘리고 그립부를 연장시켰으며 이에 따라서 배럴의 길이를 짧게 만들었다. 따라서 캡을 닫은 상태에서는 굉장히 컴팩트한 사이즈로 일반적인 사이즈의 만년필에 비해 2cm 가량 더 작다.
캡은 슬리브 방식으로 결합되는데 배럴 뒤쪽에 완전히 꽂히며 그립부 중결링이 스토퍼 역할을 해준다. 슬리브 방식으로 결합되는 캡들의 치명적인 단점은 오래 사용하다보면 내부 금속 바들이 탄성을 잃어 헐거워진다는 점이다. 잉크 충전방식은 카트리지와 컨버터 사용이 가능하다. F닙인데 워낙 세필이라 잉크효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캡이 길어짐에 따라 공간확보가 되어서인지 클립은 스프링 타입으로 제작되었다.
펜 자체는 워낙 가볍고 휴대성이 좋아서 이름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정말 좋은 펜이다. 다만 단점들이 꽤 보였는데 그 중 하나가 캡을 배럴에 꽂았을 때의 유격이다. 기본적으로 캡을 꽂은 상태에서도 미세한 유격이 존재하는데 길이가 짧은 배럴쪽에 꽂힐 때의 유격이 아무래도 더 크게 느껴진다. 필기시 손아귀에 걸리는 캡이 살짝씩 흔들리는게 조금 거슬린다. 현행은 해당 현상을 해결했을지 궁금한 포인트.
이제 필감에 대해서 쓰려는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마지막 사진 두컷을 비교해보고 오자. 위 사진은 유럽제 세필닙이고 아래 사진은 일제 세필닙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차이가 분명한데 유럽제는 필각이 높은 상태에서의 필기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티핑 마감이다. 계속해서 낮은 필각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는게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현행은 그나마 만년필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넓어졌고 수요층이 볼펜처럼 어떠한 필각에서도 제 성능을 내주게끔 마감되지만 과거엔 그러지 않았다. 빈티지의 경우 해당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필각이 높은 사람이 유럽제, 미제 빈티지 만년필을 쓰게되는 경우 당연히 필감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빈티지 일제 브랜드 모델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국산 만년필도 좋지만 대부분 수입 브랜드의 기술을 빌려 제작되었고 마감 품질을 메이저급 브랜드 수준으로 따라가지는 못한다.
약간 뭐랄까 필각은 높은데 빈티지 유럽제 펜을 쓰는 것은, 발 볼은 넓은데 태가 나 보이기 위해 한 사이즈 작은 옥스포드(뾰족한 남자 구두)를 신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신다보면 결국은 늘어나서 편해지듯이 만년필도 높은 필각으로 쓰다보면 마모로 인하여 부드러워지긴 한다. 해결방법 역시 간단하다. 구두는 한 사이즈 키워서 신으면 되고 만년필은 닙 사이즈를 두껍게 가면 된다.
사실상 만년필의 필감 중 동일한 연성도로 보았을 때 재질에서 오는 차이점은 비전문가는 절대 구분 못한다. 대표적으로 델타의 스틸닙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내구성, 내산성, 탄력성 등 다양한 요인들 때문에 금을 쓰고 이리듐을 사용하는 것. 기본적으로 고급소재가 사용된 펜촉이라면 이제 필감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가공과 마감이다. 나의 경우엔 빈티지 유럽제로는 영문 필기체를 주로 적고 한글 필기시엔 일본 수제 만년필을 사용한다. 유럽제 빈티지 펜으로 꾸준히 높은 필각으로 써오는 개체들이 몇자루 있는데 폴리싱 없이 일반 필기로만 제대로된 필감을 찾는데는 몇년 이상 걸린다. 단일펜으로만 사용했다면 이만큼 걸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닙 폴리싱을 권하는게 아니다. 그냥 손에 맞는 펜을 찾던가 그게 아니라면 펜에 손을 맞추면 된다. 일제 빈티지 만년필을 쓰거나 혹은 필각을 낮추면 해결될 일.
분야 |
평점 |
코멘트 |
상태 |
9 |
흐름조차 트이지 않은 민트급 컨디션 |
필감 |
6 |
미세한 탄성과 높은 필각에서 브레이크 없이 그어진다 |
사용성 |
5 |
휴대성은 좋으나 살짝 아쉬운 디테일 |
감성 |
5 |
시대를 앞서간 만년필 |
내구성 |
8 |
슬리브 방식이긴 하나 이너캡 스프링 구조가 지속성을 고안한 형태 |
수리용이 |
9 |
고치기 쉬운 모델 |
가격 |
10 |
좋은 가격에 분양해주신 고월님 |
가치 |
4 |
캡리스와 6~70년대 실용펜을 이끌었던 모델 |
무게감 |
7 |
굉장히 가볍고 좋은 밸런스 |
디자인 |
5 |
심플하면서 실용적인 디자인 |
총점: 68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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