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라는 단어만 들어도 여행의 추억이 떠올라 설레인다. 이탈리아만 지금까지 3번 정도 다녀왔는데 매번 만족감이 정말 컸다. 여러 도시를 다녔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명소들을 꼽으라면 베니스와 로마다. 베니스는 베네치아로 수상도시 느낌이다. 일단 베니스를 가기 위해선 수상버스를 타야하는데 유람선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고 금방 도착하는데 내리는 순간 영화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길거리엔 개똥들이 널려있고 비둘기들 천지다. 그래도 베니스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물가를 거닐으면 그만한 힐링이 없다.
베니스는 또 유리공예로 유명한데 공방겸 상점들이 즐비하다. 개인들이 운영하며 각자의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선 글라스펜도 구할 수 있다. 다만 모두 수공예 제품들이라 가격대가 조금 세다. 물론 국내에서 구하는 가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수준. 공장 매뉴얼대로 생산하는게 아닌 개인의 개성이 가미되어 독특한 패턴, 디자인의 소품들을 구할 수 있으니 꼭 들러보길 바란다. 또한 해산물 요리 전문점이 많은데 정말 맛있다. 이탈리아에서 해산물 요리는 베니스만한 곳이 없을 정도인데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 시키는 조리법이 특징적이다. 가리비에 바질페스토와 올리브오일만 살짝 넣고 오븐에 구운 요리는 한국에 와서도 종종 해먹는 요리다.
또 필수적으로 들러야 할 곳은 바로 로마다. 로마를 다녀오지 않으면 사실 이탈리아를 안다녀온 것과 마찬가지다. 스위스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는 자연경관으로 영화같은 뷰가 펼쳐지지만 로마는 그리스 고대 신화의 유적들로 영화 뷰가 펼쳐지는 곳이다. 콜로세움과 바티칸은 아직도 눈에 선명하다. 콜로세움 내부를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하는데 사실 안에서 보는 것 보다 바깥에서 보는 감동이 더 컸다. 내부는 워낙 관광객들도 많아서 정신 없다. 골목마다 사진찍는 인파들로 지나가기도 힘든 지경. 차라리 콜로세움 뒤쪽으로 언덕 하나가 있는데 거기서 풀썩 주저 앉고 커피 한잔 마시며 감상하는걸 추천한다.
그런 콜로세움을 담은 만년필이 바로 델타 콜로세움 모델이다.
한때 이탈리아 만년필 브랜드의 선두주자로 이탈리아 특유의 빈티지 감성을 만년필에 잘 녹여내며 영화에도 등장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은 사라져버린 브랜드다. 독특한 디자인과 극한의 부드러운 필감으로 만년필 수집가들 파우치엔 꼭 한자루씩 있던 시절도 있었다. 수공정을 고집했으며 이에 따라 신제품이라도 조립흔적, 미세한 스크래치들이 발생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개인적으론 그런 미세한 부분은 전혀 신경 안쓰기에 상관이 없었고 타 브랜드들에 비해 완성도는 상당히 높았다.
특히 오렌지 배럴의 패턴이 인상적인데 콜로세움 모델은 배럴이 데몬스트레이터 타입이라 그립부에 해당 패턴을 접목 시켰다. 델타 트레이드 마크를 남겨둔 셈이다. 기계로 하나하나 깎아내며 제작되고 모든 개체마다 고유의 패턴이라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배럴의 두께도 뚜거워 내구성면에서도 튼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에보나이트 피드가 장착된다는 점이다. 대형 오픈닙인데도 쓰지 않고 장시간 방치해도 바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친수성이 대단하다. 오로라의 에보나이트 피드보다 comb들이 더욱 얇고 정밀하게 가공되는데 델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5~60년대 빈티지 만년필의 감성을 90년대 모델에서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캡의 클립 팁은 롤링 방식이며 밴드와 함께 순은 재질로 제작된다. 캡 하단에도 델타 특유의 오렌지 패턴이 장식되며 밴드의 조각에서 장인 정신까지 느껴진다. 캡탑에도 순은 재질로 델타 로고가 박히고 다소 언밸런스 할 수 있는 컬러 조합이 심플한 디자인으로 차분히 어우러진다.
해당 모델은 전세계 1926자루 한정 생산된 모델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개체는 시리얼 넘버링이 부여되지 않았다. 보통은 0001/1926부터 시작하여 1926/1926으로 끝나게 된다. 시리얼 넘버가 없는 모델은 델타 매장에서 판매용이 아닌 디스플레이용으로 전시되었던 샘플 모델인 개체들이거나 생산공장에서 시제품으로 제작되었던 개체들이다.
잉크 주입 방식은 레버 필링으로 고무색을 간간히 교체해주며 사용해야한다. 메커니즘 특성상 고무색에 5~60%정도만 잉크가 채워지기에 나중에 교체시 두꺼운 색을 사용하면 잉크 주입량을 늘릴 수 있다. 초기 세팅은 검정색 고무 색이 장착되며 투명한 색을 사용하면 잉크 잔량까지 확인도 가능하다.
모든 파츠는 위 사진처럼 분해되며 전용 툴 없이 간단하게 분해조립이 가능하다. 펜촉은 18k 재질이며 금속 프레스 바는 스틸 재질로 녹이 슬 수 있으니 관리해주는게 좋다. 고무 색 교체시 그립부 분해는 가열처리 충분히하여 파손되지 않게 분해하는게 중요하다. 1998년도 생산된 모델로 이탈리아의 자랑인 콜로세움을 담았다하여 당시 꽤나 인기를 누렸던 모델이다. 델타 모델은 다양한 한정판들이 있는데 이탈리아 만년필 브랜드 특성상 기본 라인업 보다 한정판에 주력한 모습들이다. 사실상 만년필이 비주류 모델이기에 한정판 장사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는데 어려움이 크다.
몽블랑처럼 외관만 화려한 한정판이 아닌 이탈리아 브랜드처럼 만년필 본연의 모습을 담으려는 노력이 보인다면 현행 한정판이라도 과감히 구매할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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