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펠리칸 100N 빈티지 만년필, 1930년도부터 5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모델의 수리 방법을 완벽하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빈티지 만년필 중에서 수리 난이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며 아직은 인지도가 낮지만 상태 좋은 모델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빈티지 만년필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도전 해볼만한 펜이랍니다. 일단 수리에 앞서서 간단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펠리칸 100N"
닙: 14c 금촉, 40년대 일부 모델에선 팔라듐, 스틸닙
피드: 에보나이트 피드, 3개의 세로형 comb로 이루어짐
배럴: 셀룰로이드 재질, 30년대 중반 초기 생산분은 하드러버 재질
필링: 피스톤 필러 방식
스펙은 위와 같으며 일명 아인슈타인 만년필로 유명한 모델입니다. 별명처럼 빈티지 만년필 수집가들 사이에선 아인슈타인이 사용했던 만년필이라 애호가들도 많습니다. 연식별 특징도 다르고 손맛도 좋아 몽블랑 149와 함께 독일제 명품 만년필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자 이제 분석 들어갑니다.
펜은 기본 스탠다드 모델이라면 그린 마블 디자인이며 블랙과 금장, 그리고 그린 컬러의 조화가 2020년인 지금 봐도 전혀 구식이 아닌 트렌디한 모습입니다. 2000년대에 복각도 한번 이루어졌었구요.
일단 캡부터 열어봅시다. 캡은 스크류 방식으로 돌려서 여시면 됩니다. 캡은 한바퀴가 살짝 넘어가게 돌아갑니다. 이제 캡을 분해해보죠.
캡은 캡탑, 클립, 캡 배럴 총 3가지 파츠로 분해가 이루어집니다. 스크류 방식이며 별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돌려 여시면 됩니다. 간혹 캡탑과 배럴의 색상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변색 정도의 차이일 수 있습니다. 연식이 다르면 캡탑과 배럴 결합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캡을 분해하는 경우는 캡을 세척했을 경우 나사산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가 클립부까지 침투하여 부식을 유발하기 때문에 캡을 세척한 뒤에는 필히 위 사진처럼 분해하여 완벽하게 건조시켜주는게 좋습니다.
캡을 다시 체결할 시에는 클립 파츠가 배럴면을 긋지 않도록 배럴과 클립을 고정 시키고 캡탑만 잠궈주는 방식으로 결합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닙 섹션 분해입니다. 닙 섹션 역시 별다른 툴 없이 나사산 결합으로 분해가 가능합니다. 일부 연식에선 노치(홈)가 존재하여 전용 툴을 이용하여 분해가 이루어지지만 대부분 별다른 툴 없이 손으로 분해가 가능합니다. 다만 오래된 연식이다보니(기본 70년 이상) 잉크가 고착되어 분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엔잉크를 충분히 녹여내어 분해해야하며 최대한 피드 파츠를 잡지 않게끔 해주시는게 좋습니다. 피드가 워낙 얇게 가공되어 약한 힘에서 손쉽게 파손되기에 살짝 돌렸을 때 열리지 않는 경우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걸 추천드립니다.
닙 파츠는 닙, 피드, 하우징 총 3개 파츠로 구성됩니다. 펜촉은 다른 펜촉과는 달리 하트홀이 2개가 존재합니다. 뿌리 부분에 하나가 추가되는 모습이지요.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피드엔 스토퍼가 따로 없어서 재결합시에 닙과 피드의 위치조정이 중요합니다. 닙 섹션을 하우징에서 분해하는 경우엔 전용 툴이 필요합니다. 하우징을 고정하는 고정구와 피드를 빼내는 툴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분해해야 합니다. 해당 작업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게 좋습니다. 손으로 힘을 주어 분해하는 경우 피드가 100% 파손됩니다. 수리 들어오는 펜들 중 대부분이 피드에 크랙이 있거나 아예 파손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해 방식은 몽블랑의 닙 섹션, 즉 하우징 타입은 다 동일하나 규격이 달라 펠리칸 100N에 맞는 툴을 구비하는게 좋습니다.
다음은 필러입니다. 필러 역시 별다른 툴 없이 나사산 결합으로 돌려서 여시면 됩니다. 필러를 정면으로 보고 있는 기준에서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필러가 열리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잠겨있는걸 여는 경우 반시계 방향이라서 힘을 주어 반시계로 돌리면 배럴이 깨져버립니다. 또한 피스톤 씰이 마모되어 씰 뒤로 잉크가 넘어가 스레드 부위에 고착된 상태라면 열리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엔 열처리 하여 분해해야 합니다.
이번 수리의뢰는 중고로 구매한 100N이 잉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케이스입니다. 확인 결과 닙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수리방식이 문제였습니다. 대부분 피스톤 오일링을 하라고 하면 피스톤 로드, 스레드 부위에 오일링을 하거나 배럴 내부에 오일링을 해버리는데 오일링은 딱 피스톤 씰 옆면에만 해주시면 됩니다. 다른 파츠는 오일링 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배럴에 오일링을 해버리면 당연히 실리콘 그리스가 피드쪽으로 넘어와 쌓이게 되고 잉크 흐름을 막아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스레드까지 오일링을 하게 되면 필러와 배럴의 결합력이 약해져 피스톤 작동을 하다가 아예 스레드까지 분해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오일링은 씰 옆면에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피스톤 로드, 스레드, 더 나아가 스레드 나사산까지 오일링 되어 반질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런 접속 스레드에 오일링을 하는 경우 누수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실리콘 그리스는 실링 기능보다 윤활 기능이 앞서기에 나사산에 발라버리면 피스톤 작동시 아예 분해가 되어버리는 불편함을 초래합니다. 상황에 맞는 약품을 도포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피스톤 필러도 3가지 파츠로 분해되며 연식에 따라 노브와 스크류가 분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굳이 피스톤 로드에 오일링을 한다면 노브쪽 스크류에 살짝만 발라주시면 됩니다. 로드 바깥면이 아닌 안쪽면을 오일링 해주는 것입니다.
아래부터는 결합방식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캡은 클립과 배럴을 고정 시킨 후 캡탑만 돌려 끼운다는 느낌으로 결합해주세요. 클립과 캡탑이 함께 돌아가면 배럴에 스크래치를 낸답니다. 간단하게 잠궈주면 결합이 완료됩니다.
닙 섹션의 결합은 전용 결합 툴이 필요합니다. 여러번 분해결합이 이루어져 헐거워진 상태라면 툴 없이 손으로만 결합이 가능하긴 합니다. 너무 헐거워져 펜촉이 고정되지 않고 정렬이 틀어지며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하우징을 열가공하여 조여주는 방식으로 수리해주는게 좋습니다. 피드를 가열하여 성형하는 경우 잉크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펜촉과 피드의 간격은 피드의 가장 전면부가 펜촉 바깥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세팅해주어야 합니다. 피드와 하우징의 결합 정도 역시 수리자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이는 공정 과정에서도 미세한 차이는 발생하므로 고정성과 밸런스를 감안하여 결합해주시면 됩니다.
그립부와 잉크창은 분해가 되지 않습니다. 파츠가 나뉘어진걸로 보여지나 앞쪽의 검정색 파츠는 원래는 초록색 투명한 상태입니다. 셀룰로이드에 염료를 넣어 색을 입힌 것이며 일체형 배럴로 보시면 됩니다. 하단부 그린 마블 역시 투명한 셀룰로이드 배럴 위쪽으로 금속 판과 그린 아우터 배럴이 결합된 것이며 분해가 가능합니다. 대부분 희귀컬러의 경우 100N은, 옐로우, 블루, 블랙 등 배럴만 구해서 교체하여 판매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희귀 컬러를 구한다면 배럴이 새롭게 교체된게 아닌지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필러 결합시 결합하는 사람에 따라 잉크 주입량 및 잠금정도에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노브와 스레드를 너무 멀리 결합한 경우 잉크를 주입이 끝난 경우에도 타이트하게 잠기지 않으며 너무 가까이 결합한 경우라면 잉크 주입이 본래 의도대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완벽한 결합 시점을 찾아야 하며 잉크 주입량, 잠금의 타이트한 정도 두가지를 체크하시면서 결합해보시기 바랍니다.
위 사진의 경우 스레드와 노브가 너무 멀어 잉크 주입이 끝난 상태에서도 틈이 남아 제대로 잠기지 않는 경우입니다.
위 사진은 거리가 적당하게 결합되어 노브가 타이트하게 잠기고 잉크 주입 역시 충분히 이루어지는 상태입니다.
닙과 배럴, 필러까지 결합한 모습입니다.
캡까지 결합하면 펠리칸 100N의 분해 결합이 마무리 됩니다.
펜촉의 분해결합을 제외하고는 전용 툴이 없어도 간편하게 분해결합을 해보실 수 있는 모델입니다. 펠리칸은 이러한 간단한 구조를 현행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M800 모델 역시 손으로만 돌려서 펜촉 분해가 가능하지요. 다만 필러의 경우 결합력을 위해 몽블랑처럼 전용 툴로 결합이 이루어집니다. 필러의 경우 결합방식이 간단하면 그만큼 쉽게 분해가 되므로 사용시에 필러 스레드까지 열리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합니다.
펠리칸 100 역시 100N과 동일하게 분해결합을 작업해주시면 됩니다. 400 시리즈의 경우 필러파츠 결합방식이 조금 달라지므로 나중에 추가적으로 수리강좌를 올려드려야겠네요.
따라해보시다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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