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L139 미디움 윈도우 OBB닙 클래식 만년필
2차대전 이후 1940년대 미디움 윈도우, 14c 139닙 풀 셀룰로이드 클래식 139 만년필.
139를 구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제대로된 139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전세계 몇자루 남아있지 않고 어딘가에 올라오더라도 대부분이 조합, 복원된 개체들이다. 독일의 유명 컬렉터들과 교류하며 139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매번 설레인다. 그들도 내가 느끼는 139에 대해서 공감하며 펜의 역사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해준다. 그들에게도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기에 보다 세밀한 묘사를 듣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해오고 있다. 독일어는 영어와 어순이 비슷하기에 영어를 어느정도 한다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 특히나 문자 자체도 영어 알파벳과 동일한데 움라우트, 샤르페스 에스만 유의하면 된다. OB, OBB로 독일어 필기체를 쓸 때의 필감은 영문과 마찬가지로 가히 환상적이다.
그들도 139는 정말 귀한 모델이라 되도록 해외로 내보내지 않고 국내에서만 교류를 한다고 한다. 대부분 해외로 넘어오는 139나 50년대 149들은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의 전문 셀러들을 통한 것인데 고장난 여러개를 조합하여 탄생한 콤비네이션 개체들이다. 고장난 여러펜을 짜깁기하여 새로운 펜을 탄생 시키는 것도 대단하긴 하다. 그치만 그런 펜을 쓰고서 리뷰를 남기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코로나 전에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타고 독일을 갔던 날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년에도 무리해서 독일을 갈까 했으나 무산되었다. 독일의 지인들도 얼른 코로나가 안정되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한다. 독일의 소시지와 맥주는 정말 끝도 없이 들어간다.
각설하고 이번에 소개할 139 개체는 미디움 잉크창의 마지막 버전으로 풀 셀룰로이드 재질로 제작된 연식이다. 40년대 중반 생산품으로 보여지며 OBB닙이 장착되었다. 캡탑의 노르스름한 별은 역시나 인상적이고 실버링 두줄은 은때가 중후하게 껴있다. OBB닙의 스텁함은 쫀득한 필감의 정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OB 정도만 되어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필감을 선사한다. 독일 내에서도 139는 최고의 펜이며 구하기 힘들다. 내수용으로도 생산량이 극히 적었기 때문인데 펜쇼에서도 139는 전시용이 대부분이다. 복원된 개체도 그나마 동일한 셀룰로이드나 하드러버 재질로 복원되면 쓸만 하겠지만 아예 레진 파츠가 혼용된 개체나 149의 부품을 기용하여 복원된 케이스도 많아서 수집가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영문 필기를 하지 않는다면 이런 OBB닙은 쓰기가 굉장히 힘든데 빈티지 만년필을 즐긴다면 영문 필기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여러번 강조했듯이 만년필이란 도구는 영문 필각에 이상적으로 가공되어 있기에 낮은 필각, 영문을 쓸 때의 필감에서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빈티지 만년필은 필각이 낮아졌을 때 비로소 본연의 필감을 선사한다. 물론 높은 필각으로 꾸준히 사용해준다면 그 나름대로 매력적인 필감을 내주니 걱정말자. 다만 필감의 끝인 B닙 이상, Oblique 닙 등을 쓰려면 영문 필기는 필수적이다. 대체할게 없다. 가장 만년필스러운 필감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독일 친구 중에서도 집에서 139 비슷한걸 봤다는 녀석이 있는데 정치가 집안이다. 50년대 149 마케팅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종을 타겟팅하여 광고를 했었다. 내 취미가 차라리 아날로그쪽이 아닌 디지털 쪽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장 가서 쉽게 구매하고 신제품 나오면 바꾸고 혼자만 즐기는데 그치지 않았을까. 빈티지 취미를 즐기면서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정말 다양하고 인종불문 전세계인들과 소통하게 된다.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게 나의 경험치의 질을 높여주었다. 요즘들어 가슴 깊숙히 답답함이 점점 커져오는데 해외를 나가지 못함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